기업가치 높이면 '인센티브'…상속세 개편·경영권 방어 대책은 빠져

입력 2024-02-26 18:33   수정 2024-03-05 16:19


상장사에 기업가치 향상 계획을 내놓도록 하는 내용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이 26일 공개되자 시장 전문가 사이에선 ‘이 정도 정책으로 통하겠느냐’는 우려가 나왔다. 기업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할 만한 ‘인센티브’가 부족하다는 점에서다. 과도한 상속세율, 취약한 경영권 방어 제도 등 주주환원 제고에 걸림돌이 돼온 구조적 문제는 이번에 다뤄지지 않았다. 최근까지 밸류업 정책 기대에 힘입어 주가가 오름세를 보인 ‘저PBR(주가순자산비율)’ 관련주는 이날 ‘실망·차익실현’ 매물이 쏟아지면서 대거 급락세를 나타냈다.

기업가치 우수기업 ETF 출시
금융위원회가 이날 발표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에는 상장사가 연 1회 이상 기업가치 향상 계획을 공시하는 내용 등이 담겼다. 기업 스스로 현재 주가가 적정한 수준인지 평가한 뒤 3년 이상 중장기 기업가치 목표 수준과 도달 시점, 도달 방안 등을 한국거래소와 자사 홈페이지 등에 공시해야 한다. 이듬해부터는 전년에 밝힌 계획을 얼마만큼 잘 이행했는지도 담아야 한다.

기업 밸류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기업에는 혜택을 제공한다. 모범납세자 선정 우대와 연구개발(R&D) 세액공제 사전심사 우대, 법인세 공제·감면 컨설팅 우대, 부가가치세·법인세 경정청구 우대, 가업승계 컨설팅 등 세정 지원이 대표적이다. ‘기업 밸류업 표창’도 신설해 매년 밸류업 우수 기업 10여 곳에 수여한다.

거래소 공시 우수법인 선정 때도 가점을 부여한다. 거래소 공시 우수법인으로 선정되면 상장 연부과금과 추가·변경 상장 수수료를 면제받을 수 있다. 상장 연부과금은 최대 5000만원이다.

이 밖에 기업가치 상승 여력이 높은 상장사로 구성된 ‘코리아 밸류업 지수’를 개발한다. 이 지수를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도 올해 출시한다. 정부는 국민연금을 비롯한 기관투자가 ‘스튜어드십 코드’(수탁자 책임 원칙)에 밸류업 프로그램을 반영하도록 독려할 예정이다. 기업가치 향상 노력을 기울이는 기업에 기관 자금이 우선 유입되도록 시장 여건을 조성한다는 취지에서다.

한국거래소는 홈페이지를 통해 각 기업의 주요 투자지표 정보를 제공한다. 분기별로 PBR·주가수익비율(PER)·자기자본이익률(ROE)을 공시한다.

인센티브의 하나로 거론돼온 세제 지원 방안은 이번 발표에서 빠졌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세제지원 방안은 준비되는 것부터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인책 없다”…기관 매물 쏟아내
시장에선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의 전환점이 될 것이라는 기대보다 ‘반쪽짜리 정책’이라는 허탈감이 더 크다. 경영진이 적극적으로 주가를 끌어올리게 하기 위해선 더 많은 ‘당근책’이 필요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한 기업 관계자는 “가업승계 컨설팅 등은 시중은행이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며 “혜택으로 제시한 상장 연부과금 5000만원 면제도 확 끌리는 유인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기업과 투자자의 기대를 모은 상속세·법인세 개편, 경영권 방어 제도 도입 등은 이번에 아예 언급조차 되지 않았다. 한 대기업 산하 연구소 관계자는 “정부 세수 부족에 대한 우려가 큰 것으로 안다”며 “상속세·법인세 관련 추가 대책이 나올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분석이 많다”고 말했다.

정부 정책에 대한 실망으로 주가는 내림세를 보였다. 코스피지수는 이날 0.77% 내린 2647.08에 마감했다. 특히 그동안 오름세를 주도해온 저PBR주가 급락했다. 한화생명은 9.60%, 삼성생명은 3.56% 밀렸고 하나금융(-5.94%) KB금융(-5.02%) 등 금융주, 현대차(-2.05%) 기아(-3.21%) 등 완성차 종목도 약세가 두드러졌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오늘 밸류업 프로그램 발표는 그동안 높아진 시장 눈높이를 충족하지 못했다”며 “실망 매물이 쏟아지면서 증시를 끌어내렸다”고 말했다.

김익환/선한결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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